출판부

  이번 호는 <새 천년의 십계명­ 제6계명: 간음하지 마라>를 특집으로 꾸몄다. 이 제6계명을 성서학, 윤리신학, 법학, 또한 문화인류학에 기반을 둔 여성사회학의 입장에서 살피는 글 네 편을 실었다.
  첫 번째로 박요한 영식 신부는 출애 20,14과 신명 5,18에 나타난 히브리어 (간음)의 기본 의미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간음에 대한 개념 분석, 그것의 주체와 객체 그리고 그로 인한 결과에 대해 논한 다음, 간음에 관한 성서의 사고를 짚어 봄으로써 오늘 우리의 삶을 위한 교훈을 이끌어 내고 있다. 가정을 지키고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남편과 아내가 서로 신의를 지키며 충실히 머물라는 하느님의 명령인 이 계명은 성범죄가 난무하는 현대 사회에서 더욱 절실히 요청되는 계명임을 밝힌다. 아울러 남녀가 평등한 입장에서 서로를 존중할 때 그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역설한다. 두 번째로 이동호 신부는 가톨릭 교회 안에서 성이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지를 살피면서, 가톨릭 교회의 성에 대한 가르침은 인간의 도덕적 능력을 능가하는 무리한 요구가 아님을 말한다. 유혹에 대한 경계심을 품고, 감각과 정신의 훈련, 절제 있는 오락과 항구한 기도, 동정 성모 마리아에 대한 신심과, 정결이 빛나는 성인들의 모범을 늘 가까이 한다면 성에 관한 교회 가르침에 따른 바른 실천이 가능하다고 진단한다. 세 번째로 함철훈 교수는 간음죄 논란에 대한 법적 고찰을 통해, 우선 간통죄 문제는 그것의 존폐론 논쟁보다 본질적으로 가족 제도와의 연관에서 성찰되어야 함을 지적한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언젠가 형법이 성 풍속 내지 간통을 감시하는 기능을 상실할지라도, 건전한 가족 제도 유지를 위한 바탕에는 시대를 초월한 윤리적 지침 또는 자연법으로서 제6계명이 그 기능을 발휘해야 할 것임을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조옥라 교수는 여성중심적인 관점에서 기존의 성관계와 결혼에 관해 살피면서, 결혼은 정치적 행위이며 동시에 제도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전통 사회질서 자체와 그 규칙이 흔들리는 현시점에서 간음의 의미와 그 처벌에 관한 사항들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는 변화하는 가족 관계 속에서 새로운 약속을 정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져야 하고, 이 과정은 공히 남녀간의 약속에 바탕으로 한 결혼관과 사회관 형성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역설한다.